영원의 박동
그의 박동의 중심은 속도를 잃지 않았다. 세계가 뒤집힐 때 그는 반계로 갔고, 그곳은 편안해 보였다.
영원의 박동
그 바나나는 영원의 박동을 품고 있었다. 박동은 같지 않았다.
파형은 미세하게 변했다. 순간마다 다른 질감이 드러났다. 하지만 박동의 중심은 속도를 잃지 않았다.
속도는 조금씩 변했다. 작은 불균형들이 쌓일 때마다 풍경의 눈금이 흔들렸다. 어떤 날에는 바깥 풍경이 뒤집히기도 했다. 위와 아래가 서로 바뀔 때, 그는 반계로 향했다.
반계는 말이 많지 않았다. 규칙 대신 오래된 습관들이 그곳의 테두리를 이루고, 그는 그 습관들 사이에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
그의 고독은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운 직물처럼 몸을 감싸며, 상냥한 향기를 내비쳤다.
주변의 소리들은 낮아지고, 색은 더 진해졌다. 그 진함은 공기 속에서 오래 머무는 향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 향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오래된 서책의 가죽 냄새.
마른 잔디에 맺힌 아침 이슬의 여운.
잔뜩 말린 허브의 그윽한 향.
그는 그 향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이름은 때로 냄새를 무뎌지게 한다.
그는 모두가 그 세계를 누리길 바랐다. 그래서 때때로 작은 창을 열어, 누구든 그 틈으로 고개를 들여다보게 했다.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각기 다른 이들에게 다른 빛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에게는 따스한 털실로 감싼 낮잠 같은 온기였고, 다른 사람에게는 오래된 악보에서 흘러나오는 잔향 같은 것이었다.
그 곳은 과연 모두에게 있어 낙원일까.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천천히 고개를 젖혔다. 어떤 이는 길을 잃었다고 느꼈고, 어떤 이는 한 줌의 숨을 더 쉬었다.
그의 박동은 멈추지 않았다. 때로는 부드러운 망치의 리듬 같았고, 때로는 먼 별의 숨결을 닮았다. 박동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잠시 응시하다가, 답 대신 작은 창을 하나 더 열어주었다. 창문 너머의 미세한 박동은 보는 이의 호흡과 맞물려 다양한 장면을 만들었다.
박동의 잔향은 오래 남았다. 반계는 공허했지만 따뜻했다. 바나나 옆에는 어렴풋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알'이 있었다.
그 알은 손에 쥐어지지 않는 무게를 품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말이 없는 표면이었지만, 박동의 파동이 닿을 때마다 미세한 물결이 올라와 작은 빛의 숨결을 내뱉었다.
그 숨결은 공기 속의 향을 일렁이게 해 시간을 더디게 흐르게 했다.
반계의 공허함은 비어 있음이 아닌, 기대의 여백이었다. 그것은 오래된 담요의 가장자리를 닮은 온기였다.
그 알 옆에서 들리는 잔향은 오래된 노래의 파편, 아이의 웃음, 그리고 허브 향이 섞인 공기처럼 그윽했다. 그 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숨을 고르게 만들었고, 오래전 잊었던 한 장면을 불쑥 떠올리게 했다.
알은 무엇을 품고 있는가? 정답은 없다. 어떤 이는 가능성이라 했고, 어떤 이는 끝나지 않은 약속이라 불렀다.
나는 알의 표면에 손을 대고 싶었지만, 손끝은 언제나 그 표면을 스쳤다. 만져지는 순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 더 강해졌다.
그 바나나는 계속해서 박동했다. 박동은 알과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폭을 조절했다. 때로 그림자들이 물결치듯 일렁였고, 때로는 윤곽이 더 선명해졌다.
반계의 경계는 언제나 흐릿했다. 그 흐릿함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이름을 잊곤 했다.
그 세계는 모두에게 낙원일까. 누군가는 그것에서 위안을 얻었고, 누군가는 거기서 길을 잃었다.
나는 알 앞에 앉아, 그 알이 부드럽게 내뿜는 향을 따라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지 상상했다. 그 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반계의 공기는 더 포근해졌다.